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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리고 우리/쀼사이

[부부관계] 싸우지 않으려 피하지 말자! 다툼의 필요성

by jujumomy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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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한번 싸우면 둘 다 불같다. 이혼불사! 끝장을 보고야 만다.
너나 나나 절대 지지 않는다. 할 말이 있으면 꼭 해야하고 듣고 싶은 말도 꼭 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몰라도 나는 싸우지 않으려 참는 습관을 길렀다.

원래 참지 않고 불편함을 표정에라도 올리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불편했던 신혼 초부터 3~4년은 불같이 싸웠다.
큰 아이도 어렸기에 아이 눈치도 보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웠다

3년 전 즈음 이혼하자며 2박 3일을 꼬박 싸운 후 우리의 싸움은 줄었다.
일단 내가 참는다.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신랑이 말했듯 내가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으면 싸움이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의 싸움 회로는 [나의 불편함 ⇒ 신랑의 억울함 ⇒ 나의 서러움 ⇒ 신랑의 화 ⇒ 나의 답답함] 순이다.
일단 내가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으면 싸움이 일어나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참고 감내하기에는 육아란 만만치 않으며 그 사람의 무심함이 너무 아프다.

최근에 제법 다퉜다.
아이들을 재운 후 제법 큰 목소리로 싸우고 아이들 잠자는 방 문을 쿵쾅! 닫기도 했는데
잠귀 예민한 아이들이 그날따라 잘 잤다. 그래서 우리는 장장 3시간을 싸웠다.

그 전에 나는 누구를 만나거나 얘기를 나누면 신랑 험담을 하느라 바빴다.
싸움이 날까 염려되어 정작 본인에게 할 수 없는 불편감을 남들에게 토로했다.
그렇게 내 안에 꾹꾹 담아놓으며 나는 풀었다고 착각을 했다.
그동안 그는 바깥일을 하며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며 함께 있는 시간을 점점 줄여갔다.
원래도 365일 주일만 빼곤 하루 12시간 씩 회사에 메여있는 사람이다.
간혹 토요일은 일찍 퇴근하거나 휴일엔 어쩌다 억지로 시간을 내지만 주말, 휴일, 방학은 오롯이 독박육아다
그런 사람이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풀고 와서 나는 괜찮다~ 하니
족구모임도, 친구들 모임도 슬슬 나간다 했다.

나는 편집증 성향이 좀 있다.
병리적인 건 아니라 평소엔 괜찮지만 하나 불편함이 건들리면 비슷한 불편함이 연달아 떠오른다.
마치 흙탕물이 깨끗해 보이다가 건들리면 부옇게 더려워지는 것처럼.

어젠 큰아이가 동생에게 장난감을 뺏겼다.
그렇게 속상해져선 침대로 달려간 아이를 달래러 들어가자 아이가 말했다.
"'아까 어린이집에선 친구가 내 발을 밟았는데, 집에선 장난감을 빼앗겼어. 오늘은 최악의 날이야!"
평소에도 아이가 한번 속상하면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중얼거리는데, 그게 비슷한 사건들을 모아 점점 슬퍼지는 감정이 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그 생각들을 나에게 토로한 것이다.
나는 나에게 얘기하듯 아이를 달랬다.
"그때 그 일은 그거고, 이번 일은 이번대로 속상한 거야. 그 일과 이 일이 더해져서 슬픈건 아니야.
중간에 엄마가 사탕도 줬잖니? 그럼 속상한 일 후에 좋은 일도 있었고 또 나쁜 일도 새로 생겼잖아? 그럼 이번엔 좋은 일 차례가 아닐까?"

아이의 퇴원은 친정식구의 도움을 당연히 받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시부모님 병원 진료를 본인이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 그이다.
이 밖에도 그에게 서운한 일화들은 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기억하고 있다.
서운한 일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들고 앉아서는 속으로는 끙끙.. 밖으로는 사람 좋은척 웃다가
어느날 빵!! 지뢰폭탄처럼 연쇄적으로 터져버린다.

최근에 다툰 것도 그랬다.
우리는 요새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내 딴에는 시그널이라고 좋지만 정말 착하고 부드럽게 도와달라 했더랬다.
시부모님 양봉일을 도와드리러 다니며 시부모님 다리 붓기, 숨소리 세밀하게 관찰하는 그가
아이가 아침에 이가 아프다며 등원했지만 하루종일 아이가 어떤지 관심없이 연락도 없을 때,
아이가 이가 아픈데 어떡하지?란 내 물음에 "너가 오늘 치과 데리고 가는 거 아니였어?" 라며
본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 얘기 했을 때
지뢰폭탄이 터졌다.

나는 4살이 된 아이가 1살이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꺼내 들어 그를 몰아부쳤다.
그는 또 억울했다. 평소에 너도 웃고 좋았는데 왜 모든 것을 부정하냐는 것이다.
나는 내가 괜찮아 보였다는데에 또 서운했다. 그는 나더러 어쩌라며 화를 냈다.
나는 그의 화에 답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신랑은 저녁 퇴근하면 청소기를 돌린다.
하루에 한 번 치과 예약을 묻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버님이 심각하게 위중해지셨다.
나의 배려가 미안하지도 않고 어쩌면 당연할 시기이지만 본인의 부재를 미안하다고 한다.
그럼 나도 덩달아 미안해지고 그가 없는 시간이 버겁지 않고 서운하지 않다

연애 때 사랑은 그냥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처럼 서로를 아끼고 배려한다.
결혼 때 사랑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데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시간에 익숙해져서 그냥 지나치다보면 둘 중 하나는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럼 그 땐 끝을 보려고가 아닌 해결하기 위해 싸워보자.
나의 서운함을 드러내놓고 너의 서운함을 들어보자. 그리고 그 부분을 조심해보자.
그럼 한 걸음은 아니더라도 반 걸음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주의!! 절대 헤어지자, 이혼해!로 응대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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