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휴가, 휴식시간, 점심시간 조차 없는 3D 업종 전업주부.
나는 결혼생활 2년 6개월을 제외한 5년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결혼 전 비교적 거리가 멀었던 직장을 신랑의 권유와 거리, 새로운 도전을 이유로 관두고 결혼을 하였다.
혼인신고 할 때 직업란에 무직에 체크하니 담당 공무원이 이젠 주부로 체크해야 한단다.
그렇게 나는 직업이 주부가 되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안 지(서로 소개 받은 지)
6개월만에 우리는 초스피드 결혼을 하였다.
그렇기에 신랑의 일이 365일 24시간이라는 사실을 결혼 후 알게 되었다.
신혼 초 자다가도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 모습에 서운하다 못해 딴 살림이 의심이 될 정도로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몰랐다.
결혼 전의 모습에 대해 몰랐던 건 함께 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라 할 수 있지만
결혼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른다.
서로에 대해 이젠 어느 정도 알겠다고 자만한 순간 엄마라는 직업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자격증도 하나 없고 경력 한 줄은 커녕 면접에서 마이너스를 만들어 내는 이 직업은
상상초월로 힘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도 워킹맘이었다. 큰 아이가 돌 무렵까지 친정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했다.
주말부부를 꿈꾸고 예상한 결과는 아니었다.
신랑은 우린 주말부부라 했고, 난 최소한 아빠로서 3일정도는 친정에 와서 같이 아이를 돌봐주길 원했다.
내가 미혼모인가 싶을만큼 서운했고,
오늘은 집에서 쉬라는 내 배려를 언제나 즐겁게 받아들이는 그가 너무 얄미웠다.
잠도 못자고 출근하는 나를 안쓰러워 하시는 친정부모님은
내 밥과 빨래, 젖병 씻는 것까지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다.
그땐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다 생각했는데, 둘째를 키워보니 잠 못자고 애 보다가 출근할 때가 좋았다.
직업이 전업주부인 업무 리스트에 육아가 포함되니
출근도 퇴근도 심지어 쉴 틈도 없는데 나는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놀랍게도 신랑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 밖에서 일하는 거 힘들다. 집에 오면 쉬고만 쉽지 일하거나 움직이고 싶지 않다
나도 혼자 타지에서 돈 벌며 자취생활 했을 땐 저녁은 대충 때우고 누워있기만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사+육아 만큼 힘든게 없더라~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깨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실적이라든지 성취감이라든지 그런 보상이 있다.
하다못해 월급날이라도 있다
그런데 엄마는 이게 없다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아이가 깬다든지 방이 다시 어질러지든지..ㅠ.ㅠ
심지어 "그렇게 힘들면 너가 나가서 돈 벌어와! 내가 애보고 살림할게!!" 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월급날이 없으니 나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출근도 퇴근도 실적도 월급도 없는 엄마는 하루종일 일만하는데도 '노는 사람'이다
그렇게 '집에서 노는 나'는 글로라도 나의 가치, 나의 존재를 남기고자 블로그를 만들어보고자 한다.